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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2025 화성예술활동지원] 최유희 개인전 (7.11 ~ 7.27)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5년 6월 13일 14시 38분 52초
조회
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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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유희_2025.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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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 최유희 전시서문 틈 사이에서 솟아오르는 것들_이재걸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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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 최유희 전시서문 틈 사이에서 솟아오르는 것들_이재걸002

최유희_2025.07.11 화성예술지원 화성시문화관광재단  혼종의 공간 Solo Exhibition CHOI, YU HEE July 11-July 27, 2025 후원 화성특례시 화성시문화관광재단 화성예술지원 전시 주관 최유희 반도문화재단 Ivy Lounge
틈 사이에서 솟아오르는 것들   2025 최유희 개인전 <혼종의 공간>에 부쳐  이 재 걸   미술평론
밟을수록 꿈틀하는 도시의 날카로운 경계와 구획, 꽃 대신 피어난 플라스틱 안전 고깔, 인공의 경계를 뚫고 죽순처럼 솟아오른 기이한 풀들, 신(神)의 손놀림을 닮은 타워크레인과 거기에 매달린 무수한 여성의 가슴들, 그리고 가볍지만 침묵보다 무거운 소란.... 최유희의 회화는 낯설고, 기이하며, 엉뚱하다. 작가는 도시의 풍경 속에서 흔히 마주치는 기호들을 교란하고 재생산한다. 불완전하게 조립하고, 기형적으로 성장시킨다. 회화의 만화적 상상 같기도 하고, 만화의 회화적 언표 같기도 하다. 단순한 형태 속에 들끓는 그로테스크한 디테일은 시선을 자극하고, 초(超)-평면의 과장된 아플라(aplat) 효과는 잔혹한 동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그의 회화는 무수한 기호들이 태어나고 번식하는 도시의 초현실적 서식지이다. 강하고, 흥미롭다. 관능적이고, 위태로우며, 활달하다. 
작가는 유기적 형상과 기계적 구조를 병치하며 감각의 충돌을 연출하고, 유머와 강박을 뒤섞어 감정의 진폭을 만들어낸다. 뿌리 없는 풀들은 작은 변덕에도 금세 달아나버릴 것처럼 위태롭다. 물방울처럼 몽글몽글한 꿈같기도 하고, 부풀어 오른 혀의 독설 같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모유를 머금은 가슴들의 적나라한 생기는 대단히 활력적이다. 타워크레인의 계획은 이 모든 자유의지와 충동을 억압하거나 가두는 데 있다. 인공의 선(line)을 긋거나, 살아 있는 것들을 여기저기 옮겨 놓기도 한다. 이도 저도 귀찮으면 커다란 빈 통에 그것들을 쓸어 담아버린다. 거리와 건물 안에, 역할과 기능 안에 우리를 쓸어 모아 놓은 것처럼 말이다. 이제 화면 속 인공의 도시는 타워크레인처럼 위태롭지만 육중하고, 경고의 고깔처럼 조용하지만 단호하다. 자본과 권력을 공들여 키워내는 대신, 개인의 열정과 꿈을 파양해 버리기에 딱 들어맞는 공간이 된 것이다.
그래서일까. 작가의 붓에는 통제의 시선에 대한 반감이 듬뿍 묻어 있다. 화면 속에서 현실은 틀어지고, 형상은 엇나가며, 감정의 방향은 알 수 없는 위화감으로 인해 뒤엉켜 있다. 규범에 대한 정교한 반문인지, 무료한 일상에 대한 디오니소스적 개입인지, 작가는 내심을 정확히 비추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의 그림에서는 분명 무언가가 빠르게, 여기저기서 자라나고 있다. 안정감 있는 화면 구성과 세련된 채색법, 장식성이 충만한 캐릭터들과 매끈한 감정의 제어로 그것을 은근히 숨겨보지만, 그럴수록 그것은 더욱 집요하게 자신을 드러낸다. 이즈음이면 관객들은 그 무언가가 ‘욕망’이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언제나 현실의 틈,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 그 분열적인 익명성의 사이에서 자라는 욕망 말이다. 아무리 숨겨도 보이고, 아무리 볼륨을 낮춰도 들리고 마는, 밟을수록 꿈틀하는 욕망이야말로 최유희 회화의 반복적인 붓질을 일으킨 정동(affect)의 본색이며, ‘나’의 균열이자, 규범의 바깥으로 ‘나’를 열어젖히는 힘의 원천이다. 
“나는 거대해진 풀이다.”
최유희의 회화는 욕망의 역설을 시각화한다. 덮으려 하면 할수록 솟아오르는 감정의 이중적 지형 속에서, 작가 자신의 대리물들(substitutes)을 화면 곳곳에서 우후죽순 자라나게 한다. 그것들은 가시 돋친 풀이 되어 반항하고, 요동치고, 반복한다. 심기고 뽑히며, 사라지거나 되살아나면서 삶의 계획 불가능성과 존재의 무력함을 드러낸다. 하지만 풀들은 이러한 기호의 혼종적인 유희 안에서 다시 조립되며, 마침내 어떤 새로운 ‘사건’을 밀어 올린다. 그림을 다시 읽어보자. 작가는 “나는 거대해진 풀이다.”라고 고백한다. 물론, 그가 그린 풀은 자연의 그것이 아니다. 살아 있는 듯 보이지만 그것은 생명으로서의 유기체가 아니다. 뿌리 없는 증식과 목적 없는 휘어짐은 자연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다. 작가의 풀은 차라리 ‘내면의 괴-물’이다. 생명과 무생물 사이를 미끄러지고, 가지런함과 우후죽순 사이에서 비틀린 감각을 빚어내는 ‘괴-물’이다. 그에게 풀은 단순한 대상도 거창한 은유도 아니다. 그것은 솔직한 자기-증언이자, 분열과 방황을 반복하며 솟구치는 존재의 뜨거운 사건이다. 
침묵은 예술가에게 가장 창의적인 언어이다. 물론, 그 침묵은 단순한 결여나 공백이 아니다. 오히려 감정의 누적과 반복 속에서 서서히 의미를 축적해 가는 살아 있는 언어이다. 그렇게 작가는 침묵 속 형상을 구성하며, 풀을 통해 통제와 자율성의 충돌을, 혀를 통해 저항과 독설의 교차를, 가슴을 통해 생명과 욕망의 중첩을 드러낸다. 이제 도시는 이러한 것들을 신체로부터, 땅으로부터 떼어내기도 하고, 어딘가에 들러붙게도 한다. 타워크레인이 그것을 수행하지만, 이 외발의 집행자는 도시의 위태로움을 발산할 뿐이다. 어쩌면 그 자체로 실패한 문명의 기호이며, 오래된 통제의 유물일지도 모른다. 최유희는 그 낡은 기호성을 꿰뚫어 보여준다.
작가는 도시를 일상의 공간이 아니라, 억압의 구조이자 통제된 권력으로 해석했다. 그의 회화에 나타난 선과 색과 면은 모두 현대 문명에 대한 비판적 상상력의 결과이다. 도시는 인간 욕망의 산물인가? 아니면, 인간성을 뒤덮고 그 위에 건설된 가상의 세계인가? 첨예하게 대립적인 이 질문들은 어쩌면 하나일지도 모른다. 중요한 점은, 우리는 콘크리트의 ‘틈’일지라도 멈추지 않고 의미를 갖춘 사건을 솟아나게 한다는 사실이다. 불안정하게 이리저리 튕겨 나가지만 결코 존재의 밸런스를 잃지 않는다. 가끔은 무표정해 보이거나 죽어가는 것 같아도, 우리는 ‘틈’ 사이에서 매번 새롭게 존재를 발명한다. 그리고 이 심오한 균형감각과 활기찬 솟아오름, 육중한 억압과 꿈틀거리는 저항, 그것들에 걸맞은 형(形)과 리듬을 입혀 우리 내면의 화면에 띄우면, 최유희의 그림이 된다.


<혼종의 공간 - 최유희 개인전>


○ 기      간 : 2025. 7. 11(금) ~ 7. 27(일)

○ 장      소 아이비라운지 (반도문화재단 (18479) 경기도 화성시 동탄광역환승로 73, 207동 E262)

○ 요금정보 무료 관람

○ 예매정보 : 별도 예약없음

○ (후원화성특례시화성시문화관광재단

 

본 전시는 <2025 화성예술지원> 화성예술활동지원사업 지원을 받아 진행됩니다.




2025 최유희 전시서문 틈 사이에서 솟아오르는 것들_이재걸0012025 최유희 전시서문 틈 사이에서 솟아오르는 것들_이재걸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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