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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시문화관광재단 화성동탄중앙도서관 유감
- 작성자
- 최정식
- 작성일
- 2025년 11월 13일 19시 3분 59초
- 조회
- 7
500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된 새 도서관 건립에 사용자인 시민들의 의견이 어느 정도 반영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궁금한 것은 이런 '부실한' 도서관의 형태와 운영방식이 누구의 머리에서 나왔는가 하는 점입니다. 적어도 관장이나 사서들은 아니라고 믿고 싶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화성동탄중앙도서관은 도서관이라기보다는 거대한 북카페로 보입니다. 많은 돈을 들였으니 뭔가 달라보여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여러 공간 배치와 시설 등에서 어떻게 보여질지에 대한 외형적 고려에 집중한 듯합니다. 도서관 특성과 시설 편의성에 대한 견해는 다양할 수 있으니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도서관 본연의 기능이 복합문화센터 도서관 때에 비해 크게 후퇴했다는 것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중국문학 서가를 둘러보니 책장 하나도 아닌 절반이더군요. 이 정도면 시의 작은 도서관들은 고사하고 아파트 내 북카페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서분께 물어보니 도서관을 옮기면서 새로 책도 사고 하느라 서가가 모자라서 그렇다고 합니다. 기존 장서들은 버렸는지 물었더니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찾는 책이 있으면 서고에 있을 수도 있고 빌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기가 막혔습니다. 화성동탄중앙도서관이 대한민국에서 출간되는 모든 책들이 의무적으로 보내지는 국회도서관처럼 운영되다니! 그토록 넓은 공간을 불필요할 정도로 여유를 둬가면서 사용하고, 심지어 서가도 일부러 비워놓으면서 공간이 부족해 서고에 보관하고 있다고 합니다. 모든 도서관이 당연히 서고에 있는 장서들도 도서목록에 포함시킵니다. 짐작한대로 원래 복합문화센터 도서관에 있던 많은 책들이 '서고' 위치로도 검색이 되지 않더군요. 오래 되거나 대출 비율이 낮은 책들을 서가에서 퇴출시켰다는 설명을 들으면서 화성동탄중앙도서관은 적어도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도서관의 역할은 포기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공공도서관의 개가식 운영 필요성은 차치하고라도 독서의 의미와 가치가 도서관에 의해 제한되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도서관을 멋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도서관이 가장 아름다운 것은 가장 도서관다울 때라고 생각합니다. 책이라고는 읽지도 않는 분들의 머릿속에서 크고 깨끗하지만 속이 비어 있는 도서관이 계획된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잘못된 것이기를 바랍니다.